나의 이야기

달팽이의 구사일생 귀환기(제1부)

산타(山妥) 2016. 5. 10. 22:54

 

 

달필이

 

1. 달팽이의 가출

 

부안 어느 시골마을에 달팽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은 물맑고 공기가 좋아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데 젊은 달팽이들은 따분하기 그지 없었다.

 

젊은 달팽이 중 유독 여행을 좋아하던 '달필'이는 기회만 나면 이 동네를 떠나 멀리 여행가기로 작정하고

친구들을 모으니 혈기왕성한 달팽이 다섯명이 동참을 하게 된다.

 

오월 초순의 어느날

연녹색의 상추밭에서 실컷 놀던 달팽이들은 땅주인 할머니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반사신경으로 몸을 두르르 말아 상추속으로 몸을 숨긴다.

 

할머니는 상추밭으로 와서 '상추가 먹음직스럽게 잘 자랐네' 하면서

가장자리 상추부터 조심조심 뜯고 있었다.

 

할머니의 허리가 아파 잠시 일어섰더니 저만치에 있던 달필이와 친구들이 우르르 달려가

뜯다말은 상추속으로 얼른 숨어버린다.

 

허리쉼을 하던 할머니는 다시 상추를 뜯어 보자기에 차곡차곡 쌓게되고

그 속에는 아까 숨었던 달팽이들도 들어가게 되었다.

 

할머니는 다 뜯어냈는지 '이 정도면 우리 아들들 상추 실컷 먹겠지' 하며

조심스레 손수레에 상추 한보따리를 실어 집으로 돌아왔다.

 

보따리 속 달팽이들은 막상 자기가 살던 고향을 떠나니 불안이 엄습해옴을 느끼며

몇명은 다시 돌아갈까 후회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상추를 두 묶음으로 나누어 비닐 봉지에 한가득 담았다.

함께온 달팽이들은 사이좋게 3명씩 분리되어 헤어지게 되었다.

 

각자 헤어지게 된 달팽이들은 여행 잘하고 다시 만나자며 서로를 위로해주고

어떤일이 있더라도 떨어지지 말고 항상 붙어다니자며 다짐을 하게된다.

 

잠시후 두개의 봉지는 할머니의 작은아들 자동차 트렁크에 함께 실려졌다.

'우리 어디로 가는거지?'

'그곳은 여기보다 더 멋있을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속닥속닥하던 달팽이들은 피곤했던지 오침속으로 빠져든다.

 

 

2. 시련의 시작

 

부안에서 한시간 가량 달리던 자동차는 전주의 한 아파트에 정차하더니

형님! 맛있게 먹으라며 상추 가득담은 한 봉지를 건네준다.

 

아파트에 돌아온 형님은 할머니의 큰아들 '산타'였다.

그는 육식보다 채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매년 상추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큰 봉지는 다시 소봉지로 나누어짐에 따라 다시한번 달팽이들과 헤어지게 된다.

즉 두명은 한 봉지에 다른 한명은 다른 봉지에 들어가게 되어 울상이다.

 

다른 친구와 같이있던 달필이 봉지는 곧장 냉장고로 들어가 다른 야채와 섞어지고

홀로간 다른 친구는 냉장고가 좁다고 다용도실로 내려놨다.

 

냉장고로 들어간 달필이와 친구는 야채칸 좁은 공간에 옴싹달싹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점점 한기가 느껴져 추워 죽을 것만 같았다.

우리 이대로 얼어 죽는건가?

고향의 부모님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금새 흐른 눈물도 차갑게 식어버려 더이상 울 수도 없다.

 

 

3. 구사일생

 

바깥의 다용도실에 있던 봉지속 달팽이 이름은 '와우'다.

별명은 '오뚜기'다. 별명만큼이나 깡다구가 있다는 것이다.

오뚜기가 있는 상추들은 그날 저녁 식탁에 올라갈 요량으로 주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상추를 살펴본 산타는 맛있게 보인다며 입맛을 쩍쩍 다신다.

그래도 흙이나 달팽이들이 있을줄 모르니 깨끗이 씻어야 한다며 주방 수도가에 한봉지의

상추를 몽땅 부어버리더니 한장한장 꼼꼼히 씻기 시작한다.

 

상추속에 숨어있던 오뚜기는 살아남기 워하여 악착같이 붙어보지만

사정없이 내뿜는 수도물에 더이상 버틸수 없어 그만 손을 놓고 말았다.

 

나뒹굴은 오뚜기는 곧장 배수구로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 외쳐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배수구를 잡아보지만 계속 상추 씻김물에 빠졌다가 다시 나오고

다시 빠졌다가 다시 나오고 허우적거려 탈진 상태로 죽을지경이었다.

 

이제는 다 상추를 씻었는지 더이상 물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오뚜기는 간신히 몸을 추스려 기어오르려고 했지만 배수구는 너무 깊어서 도저히 오를 수가 없었다.

 

비를 쫄딱 맞은 생쥐마냥 몰골이 말이아닌 오뚜기는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오뚜기 몸상태가 엉망이지만 상추쌈으로 저녁을 다먹은 산타는 또다시 주방으로 다가와서는

설겆이를 시작하고 오뚜기는 오물을 뒤집어쓴채 한동안 또다시 시달려야만 했다.

 

배수구에 오물이 가득차자 산타는 배수구 통을 빼더니 음식물 찌꺼기 비닐봉지에

탁탁 털어 담아 버리는 것 아닌가~

음식물 봉지에 안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힘이빠진 달팽이는

그만 털려지고 음식물 쓰레기에 깔려버리게 된다.

 

죽는게 편할 것 같던 오뚜기는 본능적으로 생존의 끈을 찾는다.

우선 배가 너무 고파 봉지속에 짓눌려있던 찢어진 상추라도 먹기 위하여

덥석 물어보지만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수가 없다.

눈물을 머금고 간신히 상추 한조각을 억지로 쑤셔 넣는다.

조금 정신을 차린 오뚜기는 젖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봉지속을 탈출하고

재빨리 주방을 빠져나와 다용도실로 숨는다.

 

 

4. 달필이의 탈출

 

한편, 냉장고에 들어간 달필이와 친구는 점점더 추워지는 냉기에 상추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달필이 친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순간 달필이는 불안한 마음에 친구를 불러보지만 죽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달필이는 친구에게 다가가서 흔들어 깨워보지만

친구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쓰러져 버린다.

밤새 추위에 시달리다가 얼어죽어 버린 것이다.

 

슬픔도 잠시 이제 달필이도 걱정이다.

언제까지 이 추운곳에 갇혀있어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추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죽음을 무릅쓰고 나아가게 되고

간신히 안쪽 깊숙한 곳에 조금은 추위가 덜한 공간을 찾아 웅크리고 앉았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 저녁으로 냉장고 문은 수시로 여닫더니 도무지 야채칸은 열어보지 않는다.

너무 배가고파 조금이라도 먹어볼려고 했더니 상추가 파랗게 질려있고

달필이 입도 얼어붙어 있어 조금도 입에 넣을 수가 없다.

 

삼일째 되는날

드디어 야채칸이 열리면서 산타가 상추 봉지를 끄집어내며 주방에 쏟아 놓는다.

어떻하든 이번에는 탈출해야 했기에 막무가내로 최선봉에 서서 기회를 엿보는데...

상추를 씻을려고 틀어놓은 시원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달필이는 냉장고에 있다 나오니 수도물은 오히려 따뜻했다.

 

상추를 열심히 씻던 산타는 상추 한쪽에 애처로이 있는 달필이를 발견했다.

달필이는 이제 죽었구나 하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더니

산타는 수도물에 재깍 달팽이를 씻어버리지 않고 찬찬히 살펴본다.

 

산타는 측은지심이 발동했는가 상추에 붙어있던 달필이를 겉상추로 말아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그러다가 아파트 창문을 열더니 죽지말고 화단에 있는 풀들과 사이좋게 놀거라 하면서

살며시 화단쪽을 향하여 던져준다.

 

아타트 17층 허공에 떨어지는 상추는 그래도 가속도가 붙어 막 떨어지고

다행스럽게 철쭉에 떨어져 뇌진탕은 물론 찰과상도 입지 않았다.

돌돌 말아준 상추 덕분이었다.

 

제2부 이어보기 http://blog.daum.net/egmeoni/283

 

By Happy santa (해피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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