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달팽이의 구사일생 귀환기(제2부)

산타(山妥) 2016. 5. 11. 21:08

 

 

달필이의 고향 상추밭

 

 

5. 구원자

 

달필이는 철쭉에 고맙다 인사하고 화단옆에 있는 청순한 풀들을 찾았지만

대부분 화초로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배가 너무고픈 나머지 주변의 잡초를 아무거나 허겁지겁 먹어치웠더니

그제야 좀 살 것 같다.

 

고향의 연한 상추가 그립다.

여기서는 아무리 눈을 씻고봐도 그러한 음식이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화단의 화초가 '집나오면 개고생'인데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점잖게 인도하지만

귀가는 언감생심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꽃이 다 떨어진 키가 큰 목련이 도로 건넛편에 내려가면 수많은 풀들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라고 귀뜸을 주게된다.

 

달필이는 귀가 번쩍트여 곧바로 화단을 내려가 도로를 건너려니

수많은 차량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

 

조금만 방심하면 깔려 죽을건만 같아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고양이 밍키가 자기 등에 타라하며 도로를 횡단하여 반대쪽 천변에 안전하게 내려준다.

밍키는 작년 사고로 한쪽 다리를 다쳐 절름거린다.

 

고마워 밍키야~~

단숨에 내려간 달필이는 천변 풀속을 헤치니 여기저기서 고성이 들려온다.

야! 쪼끄만 느림뱅이 달팽아~

생판 보지도 못한 놈이 허락도 받지않고 들어와서는 헤집고 난리냐~

어서빨리 나가지 못해... 하면서 엄포를 놓는다.

 

그러자 길섶의 민들레가 안타까웠던지 달필이에게 여기는 도심지 천변에 있는 출입제한구역으로

각자 임자가 있는 땅이니 함부로 들어오면 안된다고 얘기해준다.

그러면서 자기 집으로 안내하며 친절을 베풀어주는데 눈물날 정도로 고맙다.

 

특히 여기는 지상은 물론 하늘에 새들까지 위험 요소가 많아 언제든 달팽이를

사냥감으로 공격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란다.

 

불안한 마음으로 안절부절 못하자 그래도 우리집은 안전하니 편안하게 쉬었다 가라며

먹을 음식을 내 놓는다.

 

그제서야 다소 마음을 진정한 달필이는 주변을 살펴본다.

천변길을 따라 가족과 연인과 친구 등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을 보니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맘 굴뚝같다.

 

 

6. 재회

 

한편, 다시 다용도실로 숨어든 오뚜기 달팽이는 어찌 됐을까?

다행스럽게도 그 곳에는 몇가닥 떨어진 상추 덕분에 끼니는 떼우고 있었지만

여전히 배고픔에 찌들어 있었다.

 

그도 어떡하면 나갈 수 있나 노심초사 하다가 우연히 밖을 내다보던 중 저 멀리 천변에 있는

달필이 친구를 발견하고서 기쁘기 한이 없다.

 

그렇지만 창문이 굳게 닫혀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오매불망 기회를 엿보던 중 산타가 환기를 위하여 베란다 창문을 열어제키자

오뚜기는 얼른 몸을 밖으로 내밀어 나가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아래를 쳐다보자 너무높은 나머지 오금이 저리며 잠시 주춤했으나

죽기살기로 가스 배관을 타고 조심스레 내려와 화단에 도착했다.

 

또다시 화단에 달팽이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얼마전 달팽이 하나가

죽다가 살아났는데 넌 또 누구야?

갑작스런 질문에 깜짝 놀란 오뚜기는 사실 살아난 달팽이와 친구라고 얘기하니

빨리 도로가 천변으로 가보란다.

 

이때도 도로 횡단이 어려웠지만 맘씨좋은 고양이 밍키가 때마침 절름거리며 나타나

자기 등에 타라며 순식간에 도로 건넛편에 데려다 준다.

 

아파트 위에서 달필이를 봤지만 막상 지상에 내려오니 도무지 찾을 수 없어서

큰 소리로 달필이를 부르니 그제서야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본 달필이가

버선발로 뛰쳐 나가 뜨겁게 포옹한다.

 

"오뚜기야! 너 안죽고 살았구나~ 정말 반갑다."

"달필이 너도 냉장고에 들어가 얼어죽는가 걱정했건만 용케도 살아있어 다행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민들레 할머니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뚜기야! 여기는 우리가 살데가 못된다."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달필아! 내가 아파트에서 살짝 엿들었는데 다음주 어버이날에 산타가 부안 어머니를 보러 간다니

그때 따라가면 갈 수가 있겠다 싶다."

 

"그래! 이제 우리 살았는가 보다~"

둘은 한동안 얼싸안고 마치 집에 도착한 양 어쩔줄 모른다.

 

 

7. 귀환

 

잠시 후 그럼 어떻게 저 높은데에 있는 산타네 집까지 올라가지 하고 걱정을 하자

달필이가 좋은 수가 있단다.

위험하니까 올라가지 말고 지상에 있는 산타 자동차에 들어가 그걸 타고 가면 된다며 환호를 지른다.

 

민들레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야음을 틈타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들이 아파트에 들어서자 왜 다시 왔냐며 화초들이 걱정하자

고향으로 가기 위하여 왔다하니 의안이 벙벙하면서 다들 제일인양 좋아한다.

 

마침 음식을 먹으러 왔던 고양이 밍키도 반가움을 표시하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 한다.

 

화단의 화초들과 마지막 밤 석별의 정 밤새도록 나누고 새벽녁에 밍키의 도움을 받아

산타의 자동차 뒤쪽 트렁크 근방에 붙어 산타가 나올때 까지 한참을 기다린다.

 

달팽이 껍질이 말라갈 무렵 드디어 산타는 가족들과 함께 차에 승차하여

우리는 재빨리 트렁크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이제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내린다.

불안한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이 엇갈려 한시간여 만에 부안에 도착하니

고향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아! 내고향~

 

산타를 맞이하는 할머니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 묻어 나온다.

"보내준 상추 맛있게 먹었나?"

"거기에 달팽이들이 많지" 하는 소리에 그만 놀라 자빠졌는데

그 소리를 들었는지 짐을 내리는 산타가 달필이와 오뚜기를 발견하였다.

 

 "어라! 달팽이 두마리가 안죽고 아직도 살아있었네"

오 마이 갓!!! 이제 어쩌지 하며 둘이서 안절부절 못할때

산타는 깨질세라 둘을 살며시 들더니 어서 집에 가라며 텃밭에 놓아준다.

 

둘은 산타에게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맙다고 넙죽 절하고

텃밭을 가로질러 뒷밭 고향을 향해 부리나케 뛰었다.

 

저만치 나의 고향 상추밭이 보인다.

그간 아무 소식이 없어 죽은줄만 알았던 달필이와 오뚜기가 귀향하니

양가 가족들은 기뻐서 날뛰었다.

 

하지만 함께떠난 다른 세명은 돌아오지 않아 생사가 불분명하고

다른 한명은 그만 얼어 죽었다고 하니 이제는 초상을 치르듯 울음바다다.

 

그 모습을 본 달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오죽할까!

괜시리 친구들을 꼬들겨 대형 사고를 쳤으니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오뚜기 친구가 달필이 어깨를 토닥토닥이며 네 잘못만은 아니야~

그러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마 하면서 진심으로 위로해준다.

 

그래도 친구가 있었기에 살아 돌아올 수가 있었다며

두 친구는 끝까지 고향에 남아 우정을 과시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지금도 상추밭 옆에는 친구들의 무덤을 만들어 놓아 그리워하고 있다.

 

 

The End

 

<본 소설은 실제 발생한 이야기를 각색하여 만든 해피산타의 작품입니다>

해피산타

 

제1부 돌아가기 http://blog.daum.net/egmeoni/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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